Leadership

[CFBO] 조부사장의 바이오텍 탈출기 - Chapter 5

NVNB 2024. 6. 4. 09:44

Chapter 5. 실패를 극복해본 경험이 진짜 배움이다.

 

2024년 5월 29일, NN3201의 FDA IND가 통과되었다. 이번 FDA IND 통과는 노벨티노빌리티에게는 두 번째인데, 지난 첫 IND(Chapter 2. 기업가정신) 때와 비교해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한 번에 통과했다는 것이다.

 

NN3201은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이다. 최근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가장 큰 화두인 ADC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항체에 약물을 접합한 물질이다. (여기서 약물은 일반적으로 저분자화합물을 가리키는데, 꼭 저분자화합물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필요에 따라서는 펩타이드나 ASO(Antisense oligonucleotides) 같은 물질들도 결합이 가능하다. 하지만 NN3201은 저분자화합물을 결합한 물질이므로 편의상 본 글에서 ADC는 항체와 저분자화합물의 결합을 의미한다.)

 

작년 가을, 우여곡절 끝에 IND를 통과했던 단클론 항체 NN2101에 비해 NN3201은 개발과정이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ADC는 항체를 먼저 생산한 후 다시 약물을 항체에 결합하는 두 단계의 생산 공정을 거치며, CMC/QC 과정에서 단백질인 항체의 속성과 화합물인 약물의 속성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 또한 항체는 체내에 투여하면 알아서 작용하지만, ADC는 표적 세포까지 도달할 때에는 물질이 안정적인 형태로 유지되다가 표적 세포에 도달한 이후에는 약물이 항체로부터 떨어져 나가야 작용한다. 따라서 모든 전임상 연구시에는 약효나 독성 등의 결과값뿐만 아니라 ADC가 의도한대로 전달되고 작용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우리가 처음 ADC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말 즈음으로 기억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ADC는 “흥미로운 시도” 중 하나로 받아들여질 뿐 지금처럼 주목받는 기술이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2019년 초, 지금의 ADC 붐을 만든 다이이찌산쿄가 아스트라제네카에 엔허투(Enhertu)를 $3.5B에 기술이전하는 빅 딜을 성사시키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당시 $1.35B이라는 upfront 금액은 내가 가진 이해도의 범위를 월등히 뛰어넘는 것이어서, 대체 ADC가 뭐길래 이런 딜이 가능했는지를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박교수님이 처음 NN3201을 ADC로 만들고자 했던 것은 c-Kit이 proto oncogene이기 때문이었다. Proto oncogene이란 wildtype상태에서는 정상 세포의 성장과 증식에만 관여하지만 mutation이 일어나면 암을 발생시키는 유전자를 가리킨다. 지금까지 FDA에 의해 승인된 c-Kit 표적 항암제는 총 17개가 있는데, 위와 같은 이유로 이들은 모두 암을 유발하는 특정 c-Kit mutation에 결합하는 저분자화합물이다. 특히 c-Kit에 발생하는 mutation은 activating mutation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리간드인 SCF의 결합 없이도 intracellular kinase domain에 발생하는 c-Kit mutation이 자생적으로 하위 시그널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항체 회사인 우리 입장에서는 SCF와 c-Kit의 결합을 방해하는 naked 항체로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은 디자인 상 논리가 맞지 않았다.

 

스타워즈 가면을 들고 있는 배트맨 레고
Proto oncogene 참고 사진: Unsplash 의 Daniel K Cheung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은 우리뿐만은 아니었다. 여러 시도들 중에서 c-Kit ADC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것은 Novartis였다. Novartis에서는 각각 microtubule inhibitor인 DM1과 NAMPT inhibitor를 연결해 두 개의 서로 다른 c-Kit ADC를 만들었으나, 전자는 임상에서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인해 실패했고 후자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이유로 전임상 연구에서 그치고 말았다. 한편 전자의 실패 원인은 Novartis가 2018년 발표한 논문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c-Kit 항체의 effector functions을 과도하게 높인 것이 환자에게서 hypersensitivity reaction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실패한 원인을 공들여 연구하고 논문까지 냈다는 점에서 다국적제약사의 품격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NN3201은 effector functions을 제거한 항체를 백본으로 사용했다. 사실 지금까지도 ADC에서 effector functions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있는데, 최근에는 항체 엔지니어링 기술이 발달하면서 effector functions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아예 날리는 선택 말고도 cytokine release syndrome은 줄이면서도 항암효과에 유리한 ADCC나 ADCP만 높이는 방식도 가능하다. 어찌 되었든 우리가 Novartis의 실패 사례를 보고 NN3201을 디자인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가 좋더라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면 리스크다”라는 우리의 철학에 맞춰 당시 effector functions을 제거하는 선택을 했다. 결과적으로 Novartis의 실패 원인에 대한 risk mitigation은 준비된 셈이다.

 

다시 IND 이야기로 돌아가서, 바이오 신약 IND의 8할은 CMC이다. 지난 첫 IND때에도 우리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CMC였으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 개발 초기부터 가장 공을 들였던 것도 CMC였다. 다만 이번 NN3201의 IND는 ADC 치고는 비교적 리스크가 적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앞서 이미 IND를 통과한 항체를 백본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ADC 치고 적은 리스크일 뿐, 여전히 CMC가 IND에서 가장 큰 허들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이해하기에 사실 지난 IND에서 드러난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이는 바로 회사 내부에서 FDA IND를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적절한 리더십과 경험치를 보유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경영진은 물론이고 실무 책임자들 중에서도 FDA IND의 전체를 경험해 본 사람이 없었으며, 외부 컨설턴트를 고용하려고 해도 어떤 역할과 경험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물론, 첫 IND에서 발생했던 SVP 이슈는 불가항력적인 일이어서 좋은 리더를 갖는다고 피할 수 있었던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단지 그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었던 부분은 얼마든지 있었고, 이번에는 적어도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망치를 들고 있는 캡틴아메리카

 

따라서 이번에는 맨 처음 NN3201의 IND를 준비할 때부터 대규모 TFT를 구성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실무팀은 참 열심히 일한다. 늘 아쉬운 것은 방향성과 문제해결 능력인데, 지난 경험을 통해 내가 가장 크게 배운 점이 있다면 적어도 IND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FDA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방향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현재 나의 위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언제나 올바른 문제해결의 첫 과정이다. 외부 네트워크를 수소문해 ADC 전문 컨설턴트 그룹을 꾸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맨 처음 접촉한 것은 ADC 전문 바이오텍인 Seagen(전 Seattle Genetics)의 초기 성공을 이끌었던 시니어 CMC 전문가인데, 기술이전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던 상대 회사의 담당자에게 얼굴에 철판을 깔고 소개를 요청해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풍부한 성공 경험만큼이나 시간당 $1,000달러 이상의 매우 비싼 몸값을 요구했다. 화상으로 두어 번 만났지만 본격적인 IND 작업에 들어가게 되면 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자문을 종료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전임상 담당 컨설턴트의 소개를 요청했는데, 그는 흔쾌히 본인의 네트워크에서 좋은 사람을 소개해줬다. 그렇게 우연히 좋은 전임상 컨설턴트를 구하게 되었다.

 

반면 CMC 본부에서도 별도로 외부 컨설턴트를 찾아 나섰다. 수소문을 통해 한 컨설턴트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 역시 Seagen 출신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서로 다른 루트를 통해 채용한 전임상 컨설턴트와 CMC 컨설턴트는 예전에 Seagen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였다.

 

이후 NN3201의 IND enabling study가 진도가 나가면서 pre-IND 미팅을 준비해야 하는 단계가 되자, 전임상 컨설턴트에게 도움을 요청해 좋은 RA를 소개받았다. 그녀 역시 Seagen 출신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전임상과 CMC, RA 컨설턴트 모두가 ex-Seagen 멤버들로 구성되었다. 이는 Seagen이 MMAE를 적용한 vedotin ADC를 가장 성공적으로 개발했던 회사라는 점에서 모양이 좋았다. 하지만 앞서 CMC가 IND에서 가장 큰 허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 첫 IND에서 CMC 자문을 제공해주었던 컨설턴트를 이번에도 TFT에 합류시켰다. 지난 CMC 컨설턴트는 우리 c-Kit 항체에 대한 이해도가 깊고, 이번 CMC 컨설턴트는 MMAE 기반의 ADC에 이해도가 깊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참, 그리고 IND에서는 임상 파트 또한 빼놓을 수 없는데, 한 투자자의 도움으로 국내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 함께 일하는 행운도 누렸다. 

 

여기까지 세팅을 해 놓으니, 몇 번의 정기 미팅을 통해 TFT는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맞춰 나갔다. 사실 말이 TFT지 참석하는 사람만 15명이 넘는 거대 팀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련한 TFT는 빠르게 합을 맞추기 시작했는데, 이는 우선 미국팀에서 이번 IND를 주도하게 하고 우리 내부에서 가장 개발 경험이 풍부한 Arlo의 리더십 아래 RA가 전체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나도 TFT 미팅에 매번 참석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리가 잡히면서 그들은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나는 기꺼이 TFT에서 발을 빼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조용한 노력이 투여된 NN3201 IND는 미국 시간 4월 29일 FDA에 제출되었다. 30일 간의 리뷰 기간에는 총 3번의 FDA 코멘트가 있었는데, 모두 임상 디자인에 대한 것들이었다. 우리는 임상 디자인에 대한 FDA의 의견을 모두 받아들였고, NN3201은 5월 29일 그렇게 한 번에 IND를 통과했다.

 

사실 이번 IND를 진행하면서 부족한 경험을 돈으로 산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도 IND 비용으로 약 3억 원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이번에 사용한 총 비용은 약 5억 원 정도였다. 물론 비율로 따지면 무려 66%나 더 쓴 것이라지만, 내 입장에서는 단 2억 원의 추가 비용으로 혹시 모를 실패로 인해 지연되는 시간과 무엇보다도 중요한 성공 경험을 샀다는 것에 매우 만족스럽다.

 

오랜 격언 중에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성공의 경험은 그저 실패한 사람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건 한 번의 실패를 곱씹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만이 얻게 되는 일종의 보상이고, 보다 중요하게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눈 앞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그 실패를 극복해본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값진 교훈이다. 이번 IND를 위해 함께 고생한 모든 분들께 공을 돌린다

 

대국을 마친 후 복기하고 있는 이세돌
알파고와의 대국을 마친 후 복기 중인 이세돌

 


글 CFBO 조성진

편집 권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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