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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BO] 조부사장의 바이오텍 탈출기 - Chapter 1

Leadership

by NVNB 2023. 8. 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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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노벨티노빌리티라는 이름

 

 

“노벨티노... 빌리티요?”

 

우리 회사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 중 열에 아홉은 이렇게 읽는다. 아니요. 노벨티 노빌리티요. 세 글자, 네 글자 이렇게 끊어 읽는 거에요.

 

누가 들어도 비(非) 공돌이가 지은듯한 이 이름은, 그렇다 내가 지었다. 사실 박교수님이 2017년 처음 창업한 회사의 이름은 컴워스파마(comeworth pharma)였다. 가치(worth)를 전달하는 바이오텍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담아 지은 이름이다. 문제는 발음이 어렵고 영어 이름이지만 미국인들조차 한 번에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 어차피 내가 BD이고 앞으로 수만번은 부를 이름이니, 창업자의 뜻은 유지한 채 이름만 바꿔보자 싶었다. 

 

사진: Unsplash 의 Austin Kirk

 

바이오 기술이나 질환 분야와 직접 연결되는 이름은 확장성이 떨어질 것 같아서 싫었다. - 바이오, - 파마, -테라퓨틱스 같은 이름들도 왠지 한계를 설정하는 것 같아 싫었다. 대신, 무형의 철학이나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성 같은 것을 이름에 담고 싶었다. 우리는 글로벌 BD를 할 계획이니 영어권 사람들이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고, 좀 낯선 이름이어서 처음 만나는 사람과 아이스브레이킹에 도움이 되는 이름이면 좋겠다 했다. 그리고 학부 때 배운 카피라이팅 기법을 살려 몇 가지 안을 만들었다.  

 

사실 이건 여기서 처음 밝히는 건데, 여러 옵션 중에서 노벨티노빌리티라는 이름을 결정한 데에는 “노다메 칸타빌레”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컸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일본 도쿄 모모가오카 음대에 있는 두 괴짜의 이야기다. 수려한 외모와 그에 걸맞는 실력을 지닌 모모가오카 음대의 왕자 치아키 신이치와 일부 친구들 사이에서만 유명한 피아노과의 괴짜 여학생 노다 메구미(일명 '노다메')가 만나 서로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다. 박교수님과 내가 함께 일하게 된 과정이 참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당사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 누가 어떤 인물과 매칭되었는지는 굳이 밝히지 않겠지만, 서로의 첫 인상이 별로였다는 점도 애니 설정과 참 닮아 있었다. 어쩜 글자 수도 7글자로 똑같을까.

 

'노다메 칸타빌레'의 두 주인공 치아키(좌), 노다메(우) (출처: Google)

 

이런 상상으로 혼자 킥킥거리며 박교수님께 몇 가지 안을 보여드렸다. 그리고 박교수님이 노벨티노빌리티를 고르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아 이 분도 정상은 아니구나. 그래도 그것까지 좋았다. 

 

노벨티노빌리티(Novelty Nobility)라는 이름은 연구는 새롭게, 경영은 품격있게(Novel Science, Nobel Management)라는 의미이다. 새로운 연구라는 것은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다고 무조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New Science가 아니라 Novel Science에 있고, Novel은 New에 그 새로움의 방향성이 추구하는 가치(worth)가 더해진 것을 뜻한다. 

 

품격 있는 경영은 보다 정의하기 어려운데, 내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경영을 뜻한다. 본래 의사결정론에서 합리성이란 “만약 동일한 정보가 주어진다고 가정할 때 향후에 다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온다면 지금과 동일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를 뜻한다. 살다 보면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종종 하지만, 적어도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관점에서 그 질문은 무의미하다. 실천적인 관점에서 합리성에 기반한 품격 있는 경영이 어려운 것은 그 결정의 결과가 모든 사람에게 득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회사를 거쳐간 사람들에게 우리 회사의 경영이 품격 있었는지 묻는다면 아마 높은 확률로 아니라고 할 것이다. 품격을 느꼈다면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겠지. 

 

오래 전 브랜딩(branding) 쪽에서 일했을 때, 진정성을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은 “시간”이라고 정의했던 기억이 난다. 노벨티노빌리티에서 일한지도 이제 곧 만으로 5년이 된다. 내 인생 처음으로 한 회사에서 5년 근속을 앞두고 있는 지금, 새로운 연구와 품격 있는 경영을 외치던 나는, 그리고 우리 모두는 어디쯤 와 있을까. 우리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사람들에게 진정성을 전달했을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잠시 멍해졌던 표정이 이내 다시 밝아졌다. 뭐 어때. 처음부터 우리 둘 다 정상이 아니었는데. 그냥 가자. 지금 이대로 노블(Novel)하고 노블(Nobel)하게. 


글  CFBO  조성진

편집  권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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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신약개발이라는 망망대해의 중간 어디쯤, 거기 노벨티노빌리티가 떠 있다. 벤처를 해서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그러니까 대략 15년 전 즈음이다. 28세가 되던 해 여름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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