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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BO] 조부사장의 바이오텍 탈출기 - Chapter 3

Leadership

by NVNB 2023. 10. 1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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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벤처에는 원래 뭐가 없다

 

 

우리 회사에 처음 입사하는 분들께 내가 늘 하는 두 가지 당부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추구하는 기업문화는 아직 미완성이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옆사람을 보고 여기는 이렇구나라고 판단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우리 회사 홈페이지에는 기업문화(Culture)가 명시되어 있다. 총 5가지로 구성된 우리의 기업문화는 스포츠팀처럼 일하자, 성과를 내자, 자기관리를 잘하자, 솔직하자, 좋은 동료가 되자 이다. 회사가 공개적으로 미션과 비전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기업문화라는 이름으로 내용을 공개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관계로, 채용 인터뷰를 하면 기업문화가 인상적이어서 지원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노벨티노빌리티 기업문화
1. Work like a Sports team (스포츠팀처럼 일하자)
2. Make an Impact (성과를 내자)
3. Manage Thyself (자기관리를 잘하자)
4. Be Candid (솔직하자)
5. Be Decent (좋은 동료가 되자)

 

문제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기업문화와 현재 기업문화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것. 우리가 이미 저 모습이라면 굳이 홈페이지에서 공개적으로 기업문화를 말할 이유가 없다. 되고 싶은 모습이지만 아직 미흡하므로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해서라도 닮아가자는 의지를 표하는 것이다. 마치 담배를 끊고 싶지만 잘 안 되는 사람이 주변 사람들에게 나 금연할 거라고 외치는 것처럼. 애당초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금연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직 이상적인 기업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직 우리 조직의 성숙도가 낮고 성장이 가파르다는 데 있다. 문화라는 단어는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을 뜻하는데, 빠르게 성장하는 벤처에서는 새로운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기에 구성원의 행동 양식이 일정한 패턴을 갖기 힘들다. 그리고 이는 내가 하는 두 번째 당부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새로운 조직에 합류하면 함께 일하는 동료의 행동을 근거로 자신의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이는 매우 직관적인 과정이므로 결코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 기업문화가 자리 잡기 이전의 조직에서는 조금 위험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내가 참고하는 동료가 사실은 본인도 아직 회사에 적응 중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 입사한 사람에게는 회사에서 만나는 모두가 기존 사람이겠지만, 올해에만 직원 수가 30%가 늘어난 우리 회사에서는 기존 사람 셋 중 하나는 아직 본인도 회사가 낯설다.

 

이럴 때에는 옆 동료가 아니라 리더의 행동을 판단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 물론 모든 리더들이 자리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므로, 특정 개인이 아니라 다수의 리더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행동 양식을 참고해 판단하는 것이 좋다. 가끔 외부에서 영입한 리더들이 “여기는 왜 이래요?”라는 철없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내가 사람을 잘못 뽑은 탓 일거다. 리더라면 여기는 왜 이런지 묻기보다 어떻게 하면 여기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고 제안해야 한다.

 

결핍: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지거나 모자람 (네이버 사전)

 

많은 경우 벤처에는 효율적인 시스템도, 전문 인력도, 자금 여력도, 이상적인 기업문화도 모두 부족하다. 특히 많은 것들이 이미 갖춰진 조직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벤처의 결핍은 낯설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불평이 “여기는 R&R이 명확하지 않다”이다. 하지만 벤처에서 책임자의 R&R은 의외로 매우 명확하다. 해당 키워드가 들어가는 업무는 모조리 본인의 몫이다. R&R이 불명확하다는 말의 행간의 의미는 사실 “이걸 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업무가 내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한 사람이 모든 내용을 다 알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알아야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적어도 관리자의 자리를 맡았다면 내가 잘 모르지만 회사에는 필요한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는 것 또한 본인의 역할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벤처에는 원래 뭐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이 안되지는 않는다. 원래 벤처는 그렇게 성장한다.

 

사진: Unsplash 의 Kelly Sikkema


글  CFBO  조성진

편집  권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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