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쇼는 지속되어야 한다 (The show must go on)
최근 몇년간 개봉하는 모든 한국 영화를 한 편도 빠짐없이 비행기에서 볼만큼 해외 출장이 잦아진 요즘이지만, 사실 젊은 시절의 나는 영화를 꽤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본 수많은 영화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본 지 20년도 더 된 물랑루즈(Moulin Rouge)를 이야기 하곤 한다.

1800년대 후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당대 최고의 배우인 니콜 키드먼(새틴 역)과 이완 맥그리거(크리스천 역)가 주연을 맡은 뮤지컬이다. 왜 이 영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지를 묻는다면 잘생기고 예쁜 주연 배우들의 노래, 뮤지컬 특유의 멋진 군무와 화려한 미장센, 영화 전반에서 느껴지는 매혹적인 분위기 등 다양한 이유를 꼽을 수 있지만, 그 중에도 잊혀지지 않는 건 단연코 한 줄의 대사 – the show must go on – 때문일 거다.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 영화 물랑루즈에서 이 대사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아마도 노래가 나오는 상황과 노래 가사가 지독하게도 역설적이어서 그런 듯 하다.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캉캉 댄서 새틴은 우여곡절 끝에 무대에 오를 기회를 잡지만 대본 작가인 크리스천과 사랑에 빠진다. 여느 영화에나 나올법한 부유한 악역 듀크 공작은 새틴을 차지하지 위해 크리스천을 죽일 계획을 세우고, 이를 알게 된 새틴은 거짓말로 크리스천을 밀어내고 무대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새틴은 병이 깊어져 피를 토하고, 자신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감한다. 그리고 이 장면에 나온 “그 대사”는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새틴이 무리하게 쇼를 진행하는 이유가 된다.
작년 11월, pre-IPO 투자유치를 성공적으로 마친 우리에게는 그 이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큰 일이라면 상장을 시도했다가 철회한 것. 장장 6개월에 걸쳐 거래소와 참 많은 논의를 했지만, 결국 기술 반환으로 인해 사업화 실적이 부족하다는 거래소의 시각을 바꿔내지 못했다. 해당 과정에서 있었던 일 중 블로그에 담고 싶었던 내용이 참 많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썼다 지웠다를 반복, 결국 이번 글을 쓰는 데까지 9개월이 흘렀다.
외부 투자에 의존해 외줄타기를 하는 신약 개발 바이오텍에게 기술 반환과 그로 인한 상장 철회라는 연이은 악재는 꽤나 극복하기 힘든 일이다. 대개 벤처의 삶이란 빠듯하게 운영되므로 지금처럼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들은 감당하기가 꽤나 벅차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조직의 반 이상을 도려내는 대수술을 감행했고, 그 결과 지금까지 함께한 많은 사람들과 이별했다. 공간을 줄였고, 없던 살림을 더 축소했다. 일이란 건 늘 필요에 의해 하지만, 나도 모르는 새 따라 붙는 정신적인 데미지는 몸에 누적되어 병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어딘가 머리 한 구석에서 반복재생되는 바로 “그 대사” 였다.
사실 물랑루즈에서 나온 노래 “the show must go on”은 영국의 락 밴드 퀸(Queen)이 부른 같은 제목의 노래에 대한 오마주다. 프레디 머큐리가 에이즈로 죽어가면서 부른 노래로 잘 알려져 있는데, 원곡 멜로디가 너무 높아 당시 몸이 좋지 않았던 프레디에게 부를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I’ll fxxxxx do it darling (씨X, 그냥 해보지 뭐)”라고 말하고는 보드카 한 잔 들이키고 원테이크에 녹음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Empty spaces - what are we living for
텅 빈 공간 - 우린 무엇을 위해 사는가
Abandoned places - I guess we know the score
버려진 장소들 - 다들 이유는 알고 있겠지
On and on, does anybody know what we are looking for?
계속해서, 우리가 무얼 찾고 있는지 아는 자 있는가?
Another hero, another mindless crime
또 다른 영웅, 또 다른 어리석은 범죄
Behind the curtain, in the pantomime
커튼 뒤, 무언극 속에
Hold the line, does anybody want to take it anymore?
대사를 이어나가라, 여기 더 떠맡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The show must go on,
쇼는 계속되어야만 해
The show must go on, yeah
쇼는 계속되어야만 해
Inside my heart is breaking
내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My make-up may be flaking
내 화장이 흩날리더라도
But my smile, still, stays on
나의 미소는 여전히 남아 있지
Whatever happens, I'll leave it all to chance
무슨 일이 생기든, 운에 맡기도록 하겠어
Another heartache, another failed romance
또다른 가슴앓이, 또다른 실패한 로맨스
On and on, does anybody know what we are living for?
계속해서, 누구 우리가 뭘 위해 사는지 아는 자 있는가?
I guess I'm learning, I must be warmer now
난 배워가는거 같아, 난 더 열정적이어야만 해.
I'll soon be turning, 'round the corner now
난 곧 돌이킬 수 없게 되겠지.
Outside the dawn is breaking
밖에서 동은 터오는데
But inside in the dark I'm aching to be free
그러나 안에서는 어둠 속에서 자유롭기를 바라네
The show must go on
쇼는 계속되어야만 해
The show must go on, yeah yeah
쇼는 계속되어야만 해
Ooh, inside my heart is breaking
내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My make-up may be flaking
내 화장이 흩날리더라도
But my smile, still, stays on
내 미소는 여전히 남아 있지
My soul is painted like the wings of butterflies
나의 영혼은 나비의 날개처럼 칠해졌다네
Fairytales of yesterday will grow but never die
어제의 이야기는 죽지 않고 계속 자라겠지
I can fly, my friends
난 날 수 있어, 친구들이여
The show must go on, yeah
쇼는 계속되어야만 해
The show must go on
쇼는 계속되어야만 해
I'll face it with a grin
웃으면서 대면하겠어
I'm never giving in
굴복하지 않아
On with the show
쇼와 함께 계속
I'll top the bill, I'll overkill
최고가 되고, 압도해 버리겠어
I have to find the will to carry on
살아가야 할 의지를 찾겠어
On with the show
쇼와 함께 계속
On with the show
쇼와 함께 계속
The show must go on
쇼는 계속되어야만 해
출처: 위키피디아
이제 정리는 모두 끝났다. 다시 앞을 보고 갈 시간이다.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엣지있게 가보자. 쇼는 지속되어야 한다.
TMI) 노래를 통해 삶을 부르짖었던 퀸의 프레디와 물랑루즈의 새틴은 노래를 마치고는 모두 죽었다. 노래를 잘 한다고 죽을 사람이 살지는 못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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