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환자에서 시작해 다시 환자로 돌아오는 신약개발
나는 보통 일 년에 세 번 정도 안질환이나 면역·염증 관련 주제의 해외 학회에 참석한다. 이번에 다녀온 학회는 AAI 2026으로, AAI는 American Association of Immunologists의 약자이며 면역학의 기본과 깊이를 다루는 학회다.
학부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의생명 연구 분야에 몸담아 왔고, 그중 상당 기간을 아카데미아에서 보냈다. 그래서 대학원 시절 주로 참석했던 기전 중심, 기초 병태생리 중심의 학회 분위기는 나에게 꽤 익숙한 편이다. 어느덧 신약개발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를 알아버린 탓일까. 새로운 pathway나 cell subset을 보는 것보다, “이게 환자에서 정말 중요한가? 임상에서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결국 약으로 개발될 수 있나?”라는 질문이 먼저 떠올랐다. 임상 데이터 한 장 보기 어려운 기초 면역학의 향연 속에서, 어느새 임상적·개발적 의미를 먼저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노벨티노빌리티가 나를 정말 많이 키워놨구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났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오히려 이번 학회에서 내가 무엇을 봐야 하는지 더 분명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 끝에 중요한 질문 하나가 남았다.
“우리가 보고 있는 biology는 정말 환자 안에서 일어나는 일인가?”
I. Translational Research: 환자에서 시작하는 신약개발
이번 학회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발표 중 하나는 Sanofi 전임상 연구 책임자의 세션이었다. 우리 같은 과학자들에게는 익숙한 개발 흐름이 있다. 실험실에서 타깃을 찾고, 동물모델에서 효능을 확인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오랫동안 신약개발은 자연스럽게 ‘bench to bedside’의 흐름으로 이해되어 왔다. 하지만 이 발표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된 단어는 조금 달랐다.
Back translation: 환자에서 출발해 실험실로 돌아오고, 다시 환자로 이어지는 개발 흐름
- 환자의 샘플과 실제 임상 경과에서 질환을 움직이는 biology를 먼저 읽어낸다.
- 약물에 반응하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나누고, 그 차이를 만드는 생물학적 이유를 찾는다.
- 그리고 환자에게서 찾은 biology를 human-relevant model에서 검증하고, 이를 다음 타깃, 분자 설계, 또는 후속 임상·적응증 확장 전략으로 연결한다.
말 그대로 "patient to lab, and back to patient"였다. 이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NN2802가 떠올랐다. 우리가 진행 중인 CSU 임상을 단순히 “효능이 좋은 약물인지 확인하는 시험”으로만 끝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임상적 개선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어떤 환자에서, 왜 잘 반응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가" 이다. 이를 설명할 수 있어야 다음 임상 단계로 넘어갈 수 있고, 이후 적응증 확장 전략도 더 설득력 있게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은 곧 NN2802의 임상 샘플링과 biomarker 전략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NN2802가 환자 안에서 mast cell axis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vascular permeability, itch, neuroimmune biology, SCF/c-Kit axis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CSU 임상에서 얻은 결과가 하나의 임상 결과로 끝나지 않고, 다른 mast cell-driven disease로 확장될 수 있는 논리가 만들어진다. 결국 본질은 하나다.
NN2802가 환자의 어떤 biology를 바꾸는 약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II. 여러 타깃을 잡는 것보다 어려운 일: ‘진짜 약’으로 만드는 기술
지난 AAAAI 학회 디브리프에서도 소개드렸지만, Pfizer의 Tilrekimig는 IL-4/IL-13에 TSLP를 더한 trispecific antibody다. 또 다른 후보인 Ompekimig는 IL-4/IL-13에 IL-33을 더한 구조로 소개되었다. 세 개의 타깃을 동시에 막는다는 전략은 듣기에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신약개발에서 진짜 어려운 질문은 따로 있다.
이 조합을 실제 환자에게 투여 가능한 약으로 만들 수 있는가?
아토피피부염이나 천식 같은 type 2 inflammation 질환에는 이미 여러 biologics가 개발되어 있다. IL-4/IL-13, TSLP, IL-33 등을 각각 차단하는 약물들이 있지만, 모든 환자가 충분한 치료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유는 단순하다. 실제 질환은 하나의 cytokine만으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아토피피부염은 피부 장벽 손상, type 2 inflammation, 가려움, epithelial cytokine, neuroimmune axis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질환이다. 그래서 글로벌 빅파마들은 단일 타깃의 한계를 넘어 여러 병태생리 축을 동시에 조절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Pfizer 발표의 핵심은 단순히 “세 개의 타깃을 동시에 막는다”는 것이 아니었다.
진짜 메시지는 “developable trispecific antibody”, 즉 실제 개발 가능한 삼중항체를 어떻게 구현했는가에 있었다. 겉으로는 일반 항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 개의 독립적인 Fab 기능을 가진 구조였다. Pfizer는 각 domain의 결합력뿐 아니라 sequence liability 제거, biophysical optimization, immunogenicity control까지 함께 고려한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 약물화 가능한 분자로 다듬기까지는 “9년에 걸친 엔지니어링 과정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이 발표를 보며 다시 느낀 점은 명확했다. 아무리 타깃 조합이 좋아 보여도, 분자의 안정성, 제조성, 면역원성, 제형 가능성까지 해결되어야 비로소 신약이 될 수 있다.
좋은 biology를 아는 것과 그 biology를 실제 약으로 구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III. Lab to FDA: 규제기관은 결국 사람에서의 작동을 본다
또 하나 기억에 남은 세션은 "Lab to FDA"였다. 기초 연구에서 시작된 발견이 어떻게 치료 기술, 임상시험, 그리고 FDA 승인까지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미주신경 자극, 즉 vagus nerve stimulation을 통해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연구였다. 미주신경은 뇌와 여러 장기를 연결하는 중요한 신경으로, 이 신경을 조절하면 면역 반응과 염증 반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연구의 출발점은 우연한 관찰이었다. "뇌 안에서 염증을 조절하려던 실험 중, 예상과 달리 몸 전체의 염증 반응까지 낮아지는 현상이 관찰된 것이다. 처음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처럼 보였지만, 연구진은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이후 미주신경이 뇌와 말초 염증 반응을 연결하는 통로일 수 있다는 가설이 만들어졌고, 미주신경 자극이 TNF, IL-1, IL-6 같은 염증성 cytokine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그 다음이었다. 발표자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으니 바로 사람에게 가자”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이 우연한 관찰을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기전으로 바꾸기 위해 오랜 시간 회로를 맵핑하고,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임상에서 확인 가능한 방식으로 다듬어 갔다." 결국 이 연구는 SetPoint Medical의 미주신경 자극 기반 치료 기술로 이어졌고,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거쳐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용 의료기기로 2025년 7월 FDA 승인까지 받았다. 이 발표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치료 기술 때문이 아니었다. 기초 연구의 발견이 치료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아래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규제기관만의 질문이 아니다. 신약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우리가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기도 하다.
- 사람에서 작동하는가.
- 안전한가.
- 치료적으로 의미가 있는가.
IV. Brian Kim: Neuroinflammation에서 본 Mast Cell의 가능성
Brian Kim은 피부과 전문의이자, 면역학과 신경과학을 연결해 연구하는 neuroimmunology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자다. 특히 itch, pain, inflammation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를 연구해 왔고, 최근에는 아토피피부염과 chronic itch 분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연구자 중 한 명이다. 그의 발표를 들으며 다시 느낀 것은, "가려움과 염증이 결코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피부 안에서는 면역세포와 감각신경이 끊임없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그 상호작용 안에서 질환의 지속성과 재발이 만들어진다. 이 지점에서 다시 보이기 시작한 세포가 바로 mast cell 이었다.
"Mast cell은 단순히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세포가 아니다." 혈관 투과성, 부종, 가려움, 통증, 그리고 neuroimmune interaction을 연결하는 중심축에 가까운 세포이다. 우리가 NN2802를 통해 mast cell을 공략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SU에서 나타나는 두드러기와 가려움은 단순히 피부 표면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 안에는 mast cell activation, vascular leakage, sensory nerve activation, neuroimmune signaling이 함께 얽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중요한 것은 NN2802가 환자 안에서 이 biology를 실제로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그 변화가 설명될 수 있다면, 우리는 CSU를 넘어 더 넓은 mast cell-driven disease로도 확장해 나갈 수 있다.
V. 마무리하며: 결국 환자에게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이번 학회를 통해 우리 팀이 가져온 핵심 메시지는 선명하다.
신약개발의 첫 단추는 환자에게서 시작되고, 마지막 역시 환자에게서 답을 찾아야 한다.
NN2802는 그 여정의 시작이고, 이 과정은 한 팀만의 일이 아니다. 연구, 전임상, 임상, CMC, 사업개발, 미국 지사가 같은 질문을 붙잡고 함께 움직일 때, 하나의 데이터는 다음 전략이 되고 하나의 임상은 다음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NN2802에서 시작된 이 여정이 Novelty Nobility의 더 큰 개발 방식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Bonus] 보스턴에서 확인한 ‘One Team’의 에너지
학회 일정 중 보스턴 지사를 방문해 Arlo와 Andrea를 만났다. 함께 사무실을 둘러보고 저녁 식사를 나누며 확인한 것은, 우리가 비록 물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결국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화이트보드에 정성스럽게 적힌 “Welcome to Novelty Nobility USA”라는 문구처럼, 우리는 한국과 미국이라는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하나의 비전을 공유하는 "One Team"이다. 이번 출장은 학계의 인사이트를 얻은 시간이기도 했지만, 우리 팀의 단단한 결속력을 다시 한번 확인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노벨티노빌리티 질환연구본부 나태영
'Our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제3회 노벨티노빌리티 타운홀 미팅 (0) | 2025.03.04 |
|---|---|
| [현장스케치] 노벨티노빌리티, KDDF Global Innovative ADC Development Networking Forum 연자 참석 (1) | 2024.12.16 |
| [현장스케치] 노벨티노빌리티-GC녹십자 공동연구개발 계약 체결식 (0) | 2024.10.29 |
| [토르 망치] 스톰브레이커: 기평 통과했다. 여기 여기 모여라! (1) | 2024.08.05 |
| AACR 2024 참석 후기 (in San Diego) (0) | 2024.05.07 |